음악이야기|2026.04.27

20년을 건너온, PANIC IS COMING

20년 만의 패닉 콘서트. 셋리스트 한 곡 한 곡에 흘러간 젊음을 돌아보며, 아직 꺼지지 않은 마음 한켠을 확인한 밤

20년을 건너온, PANIC IS COMING

초등학교 5학년 수련회, 이제는 기억도 흐린 버스 안에서 우연히 한 친구와 같이 자리에 앉았다. 이제는 어떻게 사는지 알 수도 없는 '원주'는, 카세트테이프에 연결된 이어폰 한쪽을 나에게 줬다. 그 나이에 카세트테이프를 가지고 오는 것도 신기했는데, 그 안에서 나오는 노래는 기이하다는 말 이외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너의 상한 혀가 역겹다'라니.. 앨범표지 그림의 느낌까지도 떠오르는거 보면, 사춘기도 오기 전 나에게 꽤 큰 충격이었던 것 같다.

너무 이상하다며, 이어폰을 뺐던 것까지 기억나는 그 앨범은, 몇년이 지나 내 삶에 다시 돌아왔다. 내가 잘못됐다고 느꼈던 순간에는 왼손잡이어도 괜찮다며, 언제나 멀고 거친 세상을 향해 가자며 내 곁에 있어주었고, 저기 하늘밖으로 떠나고 싶었을 때 달빛으로 뛰어가자고 해줬고, 내 마음 속 강을 바라보게 해줬다. 패닉이었다.

생전 처음 용돈을 모아서 갔던 공연은 이적의 단독 콘서트였고, 지금까지 살며 가장 많은 공연을 찾아간 가수 또한 이적이다. 그 모든 노랫말이 나의 삶의 이정표였고, 그의 삶 자체가 나의 큰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도 듣지 못한 라이브들은, 대부분 패닉의 노래들이었다.

패닉의 밝은 노래, 가벼운 노래들도 좋아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들은 앨범의 7, 8번 트랙에서 만나볼 수 있는 노래들이었다. 달팽이, 왼손잡이, 정류장,.. 이런 대중적인 노래들은 이적 혼자 부를때도 많이 들을 수 있었기에, 패닉의 콘서트를 가지 못한건 인생의 한이었다. 2006년에 마지막 앨범과 콘서트가 나왔으니, 그때는 지금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그냥 닳고 닳도록 노래만 들었지.

그리고, 20년만에 열린 콘서트. 이건 갈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할 성격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티켓을 구하고, 시간을 만들어서 가야만 하는 것. 인생을 살면서 다시는 못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성질의 것들이 있다. 바로 패닉의 콘서트였다. 다행히 취소표를 기다리고 기다려, 아주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PANIC IS COMING. 김진표는 볼펜 사업을 한다며, 팬들에게 선물을 줬다. 굿즈가 없던 아쉬움을 달래며.

노래를 듣다보니, 나의 젊음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인생이 힘들 때면 들었던 노래, 술에 가득 취해서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붙잡고 붙잡던 노래,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할 때마다 듣던 노래들까지... 거의 3시간 가까이의 시간동안, 그저, 행복했다. 이래서 7080 콘서트도 인기가 많구나. 혼자 생각했다. 옆에 앉은 사람들도 꽤 많은 숫자가 혼자 왔다. 나도 그랬고.

이적 콘서트는 이래저래 여러번 가기도 했었고, 이적이 워낙 메들리처럼 부르던 노래들이 많았다. 들으면서, 저 사람은 타고난 이야기꾼이구나, 싶었다. 김진표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본인도 계속 얘기했지만, "많이 고민했고, 떨렸다" 고. 하지만, 그래서일까, 그 진심이 전달되는 듯 했다. 이적의 한편에 있던 김진표가 함께여서, 패닉이었구나.

셋리스트는 그야말로 황홀했다. 패닉 2집 노래를 한 곡 빼고 다 불렀다. 역시.... 패닉은 뭐니뭐니 해도 2집이다. 다른 앨범들과는 다르게 2집에서는 이적과 김진표의 그 날카로운 발톱이 단 하나도 숨김없이 드러난다. 날것 그대로의 그 펄떡거림이 내게 그대로 다가오는 듯 하다. 그 중에서도 나의 베스트 트랙, '강' 을 라이브로 들었다...... 그거면 됐지.

마곡에서 집까지 돌아오는 먼 길, 잠시 그 옛날의 나를 떠올려봤다. 이제는 건너올 수 없는 20년 전, 30년 전의 나도, 추억의 노래만으로도 금세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 그때의 불타오르는 마음은 내 안에 아직 살아있을까. 적어도, 모두 다 꺼지진 않았다.

가자 지쳐 쓰러져도
가자 나를 가로막는데도
라만차의 풍차를 향해서 달려보자
언제고 떨쳐 낼 수 없는 꿈이라면
쏟아지는 폭풍을 거슬러 달리자

— 패닉 「로시난테」

2026 PANIC IS COMING 셋리스트 (더보기)

1부

  1. Panic Is Coming
  2. 아무도
  3. 숨은그림찾기
  4. 눈 녹듯
  5. 태엽장치 돌고래
  6. 여행
  7. 태풍
  8. 나선계단
  9. 기다리다
  10. 어릿광대
  11.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12.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2부

  1. (영상) 길을 내
  2. 냄새
  3. UFO
  4. 오기
  5. 마마
  6. 벌레
  7. 다시 처음부터 다시
  8. 정류장
  9. 달팽이
  10. 로시난테

앵콜

  1. 돌팔매
  2. 왼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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