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6.05.19

첫째와 단둘이, 첫 캠핑

첫째 딸과 단둘이 떠난 캠핑 후기. 바람 부는 저수지 앞에서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이고, 작은 텐트 안에서 카드게임을 했다. 아이가 가장 좋았다고 한 건 거창한 게 아닌, 아빠와 함께한 소소한 순간들.

첫째와 단둘이, 첫 캠핑

캠핑을 시작한지는 몇년 되지 않았다. 코로나 때 꽉 막힌 공간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에, 당시 회사 동료들의 강력추천으로 시작했던 캠핑 라이프. 1년에 한두번이라도 가면 잘 가는, 연례행사가 됐다.

밖에 나가서 자연에 앉아서 밥을 먹으며 불멍도 하고, 이런 즐거움들이 있지만, 아이가 생기면 이것저것 챙길게 너무도 많아진다. 날이 추울지 모르면 챙겨야 할 이불, 팬히터, 담요, 아이들 심심하지 않을 간식거리... 게다가 너무 어린나이에 가면 캠핑장에는 위험요소들이 너무 많다.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가 지치고, 이럴거면 숙소에 들어가는게 훨씬 낫겠다며 포기하기 다반사.

혼자 가는 캠핑은 뭐 필요한게 없다. 텐트, 야전침대, 침낭, 랜턴, 테이블, 의자, 간단한 식재료... 그러다, 첫째가 좀 크고 나니, 적은 짐으로도 가볼 수 있을것 같았다. 아빠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원하던 첫째를 데리고 가보기로 했다. 에어텐트 대신 백패킹용 텐트를 챙기고, 혼자 갈 때보다는 짐이 많았지만, 내 작은 소형차에 여유있게 실리는 짐.

피칭을 하는 건 언제나 어렵지만, 그날은 유독 바람이 많이 불었다. 자립을 시키자마자 불어온 돌풍에 텐트가 날아갈 뻔 하는걸 겨우 두 손으로 잡았다. 텐트는 칠 때마다 새롭다.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도 맨날 헷갈린다. 고사리손의 도움을 받아가며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수지가 보이는 여유로운 뷰.

팩 박아보겠다고 애를 쓰는 첫째. 결국 피를 봤다.

금요일의 캠핑장은 한산하면서도 시끄러웠다. 한산함을 기대하고 온 사람이 많아서였을까. 왼쪽에는 도착하면서부터 TV로 자기들 취향의 노래를 매너타임 전까지 틀던 아재들이, 오른쪽에는 회사 욕을 하며 저녁시간부터 술에 취해 시끄럽게 떠들던 직장인들이 있었다. 몇번 가지 않은 캠핑이었지만, 이런 사람들 사이에 낀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네이처하이크 하이비4. 캠핑 시작과 함께 한 텐트

어린이 딸과 이런 평일에 캠핑을 오는 사람 자체가 없을테니. 어느정도 이해하며 지내야지. 다행히 첫째는 옆사람들의 시끄러움에 동요하지 않았다. 아빠와의 시간에 집중했다. 불멍을 하고, 가지고 온 라면을 끓여먹고, 마시멜로와 소세지를 구워먹고. 자기 전에는 작은 텐트안에서 챙겨온 카드게임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물어봤다. "캠핑 때 뭐가 제일 재밌었어?" "라면 끓여먹은거." 항상 이런식이다. 거창한걸 하면, 그 안에 소소한 거에서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아이들. 여행에서 뭐가 제일 재밌었냐 물어보면 "TV본거", "간식 먹은거".. 이럴거면 집에서 마음껏 먹이는 게 애들한테는 제일 좋은게 아닐까 싶었다. 뭐, 여행은 내가 즐겁자고 하는것도 있으니까.

그래도 저녁 먹으면서 엄마가 또 물어봤을 때는, "아빠랑 물가에 앉아서 아침에 물안개 본게" 제일 좋았다고 했다. 끙끙 챙겨가서 보낸 시간이, 그래도 집에 있을 때와는 좀 달랐구나, 싶었다. 자주 나가고 싶다. 몸이 닿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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