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2026.02.26

새로운 취미, 바이닐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LP가 주는 마음의 위안, 그리고 기다림의 설렘에 대해 생각합니다. 재즈와 턴테이블에 빠진 새로운 취미 이야기.

새로운 취미, 바이닐

수원 스타필드, LP 청음 카페에서

수원 스타필드에 가면 '바이닐' 이라는 청음 카페가 있다. 자리를 잡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넓은 공간을 누리며 LP를 들을 수 있는 카페다. 아이들 없이 혼자 갔을 때 한번 가봤는데, LP가 주는 그 특유의 매력에 꽤 오랜 시간을 앉아서 음악을 듣게 되었다.

바이닐 카페 사진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넓은 공간이 좋다.

LP가 주는 특별한 것: 기다림

요즘같이 원하는 노래를 클릭 한번에 마음껏 들을 수 있음에도, 이 거추장스러운 LP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는 내 나름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순서를 정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얼마 듣지 않으면 금세 LP 앞뒤를 바꾼다던지 LP를 바꿔야 한다는것. 그 모든 번거로운 과정에서 연결되는 '기다림' 이 있다.

모든 것들을 원하는대로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건, 대기의 시간이 없다. 사람을 만날 때에도 가장 두근거리는 순간은 그 사람을 만나기 전 기다리면서 '오늘은 어떤 일들이 있을까' 하는 마음의 시간이다. 그것처럼, LP를 넣고, 턴테이블의 침이 올라가고, 타탁, 하는 소리가 나고, 음악이 시작될 때 그 기다림이 참 설렌다.

음악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

음악을 접하는 게 너무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알고리즘은 너무도 내 취향을 잘 파악해서 이 노래 저 노래를 알아서 들려주게 된다. 그러면 음악은 어느새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이 되어버린다. 너무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BGM에 익숙한 시대에,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건 참 소중하다.

음질에서는 사실 그 차이가 깊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나에게는 LP에서 나오는 소리가 음원보다 편안하게 들린다. 무손실이 더 정확한 음을 전달할 수는 있겠으나 말이다. (이건 개인마다 워낙 차이가 있다)

내 첫 턴테이블, 데논 DP-300F

그래서 고민하던 끝에 턴테이블을 구매했다. 이런저런 인터넷 글들을 참고했고, 처음 들인 기기는 데논의 DP-300F 모델이다. 입문형 턴테이블로는 이 이상이 없다고 해서 들였다. 집에 놓을 곳이 없어서 좁은 서재방 책상 위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원래도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고, 음악에 가까이 가는 삶을 살고 싶었다. 가볍지 않게, 깊이 다가가고 싶었다. 요새 가장 빠져있는 음악은 재즈, 그리고 빌 에반스다. 듣고 있다보면 그 화려하지 않은 피아노 안에 얼마나 큰 슬픔을 표현하는지 짐작이 안된다. 그러다보니 재즈에 관심이 생겨 이런저런 앨범들을 모아보고 있다.

최근에 산 것들

비싸지만,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LP들로 시작해본다.

작지만 충분한 오디오 세팅

스피커는 좋으면 좋을수록 해상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얼마전 오디움 박물관에 가서 도슨트 투어를 하며 들은 스피커는 그야말로 다른 세상의 그것이었고.(오디움 박물관 방문기는 추후 작성해보겠다. 방문한 박물관 중 최상의 퀄리티였다) 하지만 스피커는 스피커 + 공간의 조합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했으니, 지금 집에서 쓰는 이 에디파이어 MR4로도 충분히 멋진 소리를 들려주므로 만족.

모두가 자는 시간 혼자 노래를 들을 때는 젠하우저 HD600 모델을 쓴다. 역시나 청음하기에 가장 무난한 입문형 헤드폰이라고 한다. 방 안에서 돌아가는 LP, 그리고 헤드폰과 함께면... 순수하게 편안하고, 위안이 된다.

데논 DP-300F

책상 한구석에 자리잡은 나의 첫 턴테이블

다만 안타까운건 LP 자체가 꽤 가격이 나가는지라 많이 사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새로운 취미를 통해 음악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Related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