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삶은 어느 쪽인가
대단한 삶도 없고, 쓸모없는 삶도 없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 어딘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아마 실제 텍스트보다도 제목 덕택에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그만큼 책의 제목은 강렬하다.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주제로, 보헤미아(체코)의 소련 치하라는 무거운 격동의 분위기 속, 그 속을 서로 얽혀 살아가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로의 삶에 발목잡히기도 하고, 발목잡기도 하는 그런 인간들의 이야기다.

프라하의 봄. Wikipedia
사실 여러번 읽어보려 시도했지만 포기했던 책이다. 글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기도 했고, 인물들의 말 자체가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글 밑에는 뭔진 모르겠지만 작가가 층위를 통해 담아놓은 생각들도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20대 때 학교에서 추천도서라고 하기도 했고, 그 어린나이에도 이 책을 읽는 주변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 책을 읽을 만한 품이 아니었던 가보다.
시간이 오래 흘러 아이 둘을 키우기 시작하고,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예전보다 깊이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고, 아이들을 키워나가기 위해 인생의 의미를 예전과는 달리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된다. 이제는 20년전 그때의 나보다는 뭔가 조금 더 읽힌다. 작가의 숨은 의도를 있는 그대로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는건 그래서 좋을 때가 많다.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 라는 네 인물의 삶을 층층이 쌓아둔 소설이다. 하나씩 하나씩 벗겨서 읽다보면, 어느 순간 처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깊은 곳까지 들어가게 된다. 처음에 쉽게 보였던 인물들의 행위들은 다 그 나름의 의미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한없이 불필요한 일이 되기도 한다. 무겁다고 생각한 행위는 지나고 보면 한없이 가벼움이 되고, 반대로 가볍게 생각했던 우연은 그 무엇보다 무겁게 삶을 짓누른다.

아름다워 보이기만 했던 프라하의 낮과 밤은, 무거운 과거를 품고 있었다.
우리 인생도 그런것 같다. 대단한 인생의 큰 뜻을 가지고 뭔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일들은, 그 목적지에 도달하고 나면 색을 잃는다. '고작 이런거 하자고 여기까지 왔나?' 뭔가 거창한 건 있어보이지만, 실상 까보면 그 안에는 텅 빈 속이 기다리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
반면 그냥 우연히 시작한 어떤 일들은 우리 삶을 통째로 바꿔놓기도 한다. 남들이 다 하니까 했던 일, 그저 친구를 따라가서 시작한 동아리 활동, 친구따라 강남을 가다보면, 그게 내 삶의 길이 되곤 한다. 그저 내 앞의 한발을 내딛었을 뿐인데, 그게 그저 나를 어디론가 이끌고 가는 거다.
대단히 훌륭한 삶도 없고, 그렇다고 대단히 쓸모없는 삶도 없고, 무거움도 한없이 가벼워질 수 있고, 반대로 가벼움은 한없이 무거운 것이 되는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밀란 쿤데라 또한 체코의 현대를 살아가며, 결국 조국을 떠나와 프랑스에서 이 책을 출간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체코에서는 '배신자' 또는 '영웅' 이라는 양면으로 평가되지 않을까 싶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본인의 무력함이 이 책에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밀란 쿤데라, 출처 : Forbes Brasil
살다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은 흘러가지 않는다. 의도치 않은 다툼에 휘말려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일도 있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 그 또한 행동하지 않는다며 비난받을 때도 있다. 나도 타자를 바라볼 때면 무거움, 또는 가벼움처럼 한 쪽으로 판단하며 볼 때가 있다. 과연 타자의 삶을 오롯이 알지 못하는데, 쉬이 바라보는 것이 옳은 것일까? 그 모호한 얘기들처럼, 오랫동안 생각하기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라는 제목은 완벽하다.
이 책의 YES24 제휴 링크를 공유합니다.
이 링크를 통한 구매로 작은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더 좋은 콘텐츠 작성에 도움이 됩니다.

